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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May 19, 2015

한국, 정말 네팔보다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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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말 네팔보다 안전할까?

[뉴시스] 입력 2015.05.17 08:06

【담푸스(네팔)=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52>

네팔 카스키주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등이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포카라로 유명하다. 얼마전 일어난 지진이 이곳을 비켜나간 것은 아니다. 지붕과 벽에 금이 가고 크랙이 생기고 집이 기운 곳도 적지 않다. 다행히도 마을공동체가 잘 구성되어 피해를 입은 가족에 대한 보살핌이 참으로 신속하면서도 다정했다. 집 한칸을 비워서 와서 살게 해주고 공사도 도와주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과거에는 이러했을 것이다.

6일간의 순례 겸 조사를 끝내고 며칠전 오후 2시께 카스키주 간드룩 산길에서 내려왔다. 6일간 8시간 이상의 강행군으로 다리가 아파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언덕 정상에 올라가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그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탓일까? 3시에 출발하는 단 하나밖에 없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그냥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반평생을 지냈으니 이제부터라도 '나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는 것을 신조로 삼은 탓에 버스 사정만 중요시할 수가 없었다. 내려가면서 받아도 되겠지만, 히말라야의 산길은 그리 녹록하지도 않다. 또한 통신전파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움직여도 전화가 그냥 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전화를 받게 되니 그동안 밀렸던 부재중 통화 등을 해결하는데 20여분이 그냥 지나갔다. 모두들 내가 필요한 전화들이었다. 

다시 한참을 걷다보니 네팔인 동료들이 이미 늦었으니 밥이나 먹자고 한다. 점심을 가장 많이 먹는 나였지만, 그냥 잠시 쉬고 걸음을 재촉하자고 부탁했다. 아무리 재촉해도 3시에는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버스보다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지 않았기에 나만을 위한 결과도 있을 것이라는 왠지 모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궁하면 통하고 항상 어려울 때는 도움을 주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나도 최선을 다해 그런 이가 되고자 했다. 말도 안 되는 개똥철학으로 중무장한 나는 마음만은 홀가분하게 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산길을 용케도 뚜벅뚜벅 잘 걸어내려왔다. 

내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내게 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게임에서 한 레벨 한 레벨 올라가듯이 그렇게 순간순간 예비된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혹시 득템할 수 있는게 있을지도 매우 흥미진진해진다. 항상 부처님 연기법에 따라 인과관계를 존중하려고 노력했기에 그 결과 역시 과정인 것을 머리로도 안다. 3시에 내려가서 해야 할 일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그 뜻은 이뤄질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산골마을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이리라. 내가 필요한 일, 아니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리라는 재가자의 삶의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3시25분께 드디어 마을 버스 정류소가 보였다. 순간 안도하는 걸 보니 참으로 욕심도 많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시골버스에서는 기사와 손님들이 하나가 되어 시멘트를 내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사로 보이는 분에게 "포카라"라고 물었더니 "예스"라는 답을 들었다. 오늘 따라 가득찬 공사 물품으로 인해 버스 출발시간이 지체된 듯하다. 지진 탓이다. 아니 지진 덕분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게 내게 준비된 답일까? 5분 후에 출발한다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별 생각없이 지켜봤다.

시골 버스삯은 1인 300 루피다. 우리돈으로 3300원, 싼 것 같지만 이 동네 일당이 500 루피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돈이다. 버스로 포카라까지는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택시를 타면 2시간이면 가겠지만, 버스는 속도도 느리고 중간에 손만 들면 정차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겠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네팔 현지 직원 타먼이 택시기사, 승합차 기사와 시키지도 않은 교섭을 시작한다. 6일간의 강행군으로 일찍 집에 가고 싶었나 보다. 

승합차는 포카라 입구까지 1인 600 루피, 택시는 3500 루피를 달라고 한단다. 우리 그룹이 3명이니 버스는 900 루피가 되지만, 승합차는 1800 루피로 3시간 정도 걸리며 포카라 입구에서 숙소까지 다시 300 루피 정도 택시비를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 시키지도 않은 일에 짜증이 나려고 할 때 '아! 이것도 과정인데 무엇을 위해 굳이 화를 낸단 말인가? 혹시 나를 찾아온 좋은 기회를 화로 없애는 것은 아닐까?'라며 그냥 감정의 흐름을 평소처럼 지켜보며 상황의 변화를 읽어 봤다. 그리고는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하고는 택시 운전자에게 '카라 호텔 2000 루피'라고 외쳤다. 승합차로 숙소까지 가도 2100 루피인데 이 시간대 포카라에 갈 손님도 없을 것 같아 한번 질러 본 것이다. 예감이 적중한 것인지 택시 기사 역시 포카라가 집이여서 이제 손님도 없으니 그냥 빈차로라도 가야할 판이었던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산딸기같은 아이슬로를 길가에서 파는 소녀에게 사서 먹을 수 있었다. 소녀들이 손으로 딴 산골 산딸기를 단돈 100 루피에 깎지도 않고 샀다. 소녀들의 웃음을 뒤로 한 채 아이슬로를 그냥 진공청소기처럼 단숨에 흡입했다. 길가 체크포인트에서 통과료를 받는 아줌마에게는 토마토를 공짜로 하나 얻어 먹을 수 있었다. 네팔 사람들은 토마토는 채소이기에 요리할 때만 먹고 따로 우리처럼 토마토만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토마토가 양파처럼 채소라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농약이 비싸서 못쓰는 네팔 산골의 토마토는 그 맛이 정말 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포카라로 향하는 2시간 내내 택시 기사의 해박한 산동네 '지진 정보'도 들었다. 아마 카스키주 주지사도 그런 자세한 브리핑은 못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타먼이 호텔로 가지 말고 자기 집에 가서 자자고 해서 도착한 곳은 어지간한 게스트하우스보다 훌륭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먼 가족과 친척 20여명이 성대한(?) 파티를 해주었다. 6일동안 직원에게 말로만 들었던 그의 가족, 친척들을 보고 또 그의 고향 땅띵에 대한 자세한 지진정보 등은 참으로 내가 들어야 했던 현장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다음날 바로 땅띵 초등중학교 교장을 만나 지진피해를 입은 7가구에 필요한 텐트를 함께 구입할 수 있었다.

네팔인들에게 지진은 이미 지나가고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찾아 온 지진 순간에도 그들은 신속히 밖으로 뛰어나와서는 서로를 보고 한바탕 웃었을 뿐이다. 그 와중에도 타먼의 형수는 차를 타 와서 나눠주기도 했다. 지진으로 누구는 뛰어나오고 누구는 그 차가 뭐가 중요하다고 손님 대접한다고 끝까지 차를 챙겨서 나온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말로만 떠든 내가 부끄럽다. 

비록 지진으로는 네팔이 한국보다 위험한 나라인 것이 맞다. 하지만 태풍이나 핵발전소 그리고 북한을 보면 한국보다 매우 안전한 나라가 여기 네팔이 아닐까? KCOC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네팔 현지에 파견된 사람들에게 귀환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비행기는 안전하고 우리나라는 안전할까?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을 놔두고 떠나야 하는 한 활동가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전한다. 우리의 도움이 정말 필요할 때 우린 이렇게 떠나가야 하나?

dogyeom.ha@gmail.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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